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릴러 영화 ‘사마귀(The Mantis)’는 단순한 범죄 추리물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과 잔혹함, 그리고 ‘악’이라는 개념의 실체를 탐구하는 철학적 스릴러에 가깝다. 제목처럼 사마귀는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포식자다. 감독은 이 생태적 사실을 인간의 내면에 비유하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폭력적 본능에 굴복할 수 있는 존재인지 집요하게 묘사한다.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 외곽이다. 낡은 공장에서 끔찍한 시체가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피해자는 손발이 절단된 채 특이한 자세로 놓여 있고, 현장에는 초록빛 사마귀 조각상이 남겨져 있다. 경찰은 즉시 2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마귀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 범인으로 체포된 루시앙 베르네가 여전히 복역 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끔찍한 사건은 모방범의 소행일까, 아니면 진짜 사마귀가 돌아온 걸까?
사건을 맡게 된 이는 젊은 여형사 클라라 듀몽(마리나 라페르송)이다. 그녀는 과거 ‘사마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의 딸이다. 아버지는 그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져 생을 마감했고, 그 상처는 클라라의 인생을 지배해 왔다. 경찰이 된 그녀는 아버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행 패턴이 과거와 완벽히 일치하자, 그녀는 불안과 분노 속에서 점차 흔들린다. 결국 클라라는 진실을 찾기 위해 교도소에 수감된 루시앙을 찾아가고, 그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등장인물
루시앙 베르네(올리비에 구르메)는 냉철하고 오만한 태도로 클라라를 맞이한다. 그는 “진짜 사마귀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자신이 모방범이 아니라 진범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혼란을 느낀 클라라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이후 영화는 본격적인 심리전으로 전개된다. 루시앙은 “사마귀는 사냥감을 조용히 기다린다. 인간은 불안해서 스스로 덫에 걸린다”라고 말하며 클라라의 내면을 자극한다. 그는 그녀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파고들며, 인간의 본질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독은 어둡고 차가운 색감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연출하며, 관객이 마치 심문실 안에 갇힌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클라라는 루시앙에게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보고 점점 그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녀의 시선은 정의로운 수사관에서 사냥꾼으로 바뀌고, 결국 자신 안의 사마귀를 마주하게 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형사 장피에르와 법의학자 엘렌은 현실적인 시선을 제공하며 이야기에 균형을 잡지만, 그들 또한 클라라의 변화 앞에서는 무력하다. 후반부에 여동생 소피가 납치되며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루시앙은 “그녀를 구하려면 네 안의 사마귀를 깨워야 한다”라고 말하고, 클라라는 더 이상 법의 수호자가 아닌 사냥꾼으로 변한다.
해외반응
해외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프랑스 매체 Le Monde는 “냉정하고 철학적인 범죄 스릴러의 귀환”이라 평가했고, Variety는 “넷플릭스에서 보기 드문 예술성과 심리 깊이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 호평했다. Rotten Tomatoes 비평가 평점은 86%, IMDb 평점은 7.9점으로 집계됐다. 특히 유럽 관객들은 영화의 시각적 상징성과 서정적인 연출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 시청자들은 “마인드헌터와 세븐을 합친 듯한 긴장감”이라며 호평을 남겼다. 일부는 “전개가 느리다”는 평을 남겼지만, 그 느린 리듬이 오히려 불안을 극대화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마귀’는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가 아니다.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본능을 비추며, 우리가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클라라가 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눈빛은 루시앙의 것과 닮아 있다. 감독은 그 한 컷으로 모든 메시지를 완성한다. 진짜 괴물은 세상 어딘가의 살인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사마귀라는 것이다.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보다 심리적 공포를 통해 긴장을 조성하며,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결국 ‘사마귀(The Mantis)’는 악을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악을 이해하고 공존해야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통해 자극적인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정신을 깊이 탐구하는 예술적 시도를 완성했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아도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철학적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댓글